건설 현장 추락사 5년 새 1,348명… 정부, 위험현장 집중점검
- 추락사, 산재 사망자의 29%나 달해
- 안전설비 소홀 원인 후진국형 재해…선진국선 현장관리자 책임 강화
- 정부, 노후 크레인 교체 땐 1억 지원…점검 차량도 108대서 404대로 늘려
2021년 6월 22일 전북 전주시의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60대 근로자가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타워크레인과 건물을 연결하는 지지대를 철거하던 중 몸을 지탱하는 줄이 끊어진 것이다. 같은 달 21일에는 전북 익산시에서 공장 지붕을 고치던 50대 남성이 갑자기 지붕이 무너지면서 6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 건설 현장 사망자 10명 중 6명은 ‘추락사’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1,348명이나 된다. 전체 건설 현장 사고 사망자 2,376명 중 56.7%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4,641명)의 29%가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셈이다.
추락 사망사고는 대표적인 후진국형 재해다.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췄거나 안전수칙만 지켰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고다.
현장의 사고 위험이 얼마나 큰지는 근로자들이 가장 잘 체감한다. 경기 부천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장모 씨(48)는 “고층 건물 바깥에 매달려 일할 때 작업 발판이 단단히 고정되지 않아 여러 번 떨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락사고로 숨진 236명 중 건물 바깥의 임시 가설물인 비계에서 떨어져 사망한 경우와 지붕 및 대들보에서 추락한 경우가 각각 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사망사고가 난 현장은 기본적인 안전설비마저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계에 제대로 된 작업발판 대신 나무판자를 쓰다가 발판이 부서지거나 기울어져 추락한 경우도 있다. 안전 난간을 위아래로 이중 설치하지 않고 하나만 설치해 추락을 막지 못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런 사망사고는 대규모 건설 현장보다 중소 규모 현장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건설 현장 추락사고 사망자의 87.3%(206명)는 공사 규모 120억 원 미만 사업장에서 숨졌다. 소규모 건설 현장일수록 안전시설을 위한 투자가 미흡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노후 크레인 교체, 1억 원까지 지원
선진국들은 이런 추락사고 사망을 줄이기 위해 현장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2015년 ‘고소(高所) 작업에 관한 규정(Work at Height Regulations)’을 도입한 후 추락사고가 줄어들고 있다. 발주자를 포함한 모든 공사 관계자에게 근로자의 안전보건과 관련된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책임자들이 현장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유도했고, 사고 위험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싱가포르는 벌점 18점 이상이면 입찰 참여나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벌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건설 현장의 사고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넘어지거나 꺾이는 사고가 잦은 이동식 크레인과 추락사고 발생 위험이 큰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의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서 기기를 교체할 경우 비용의 50%를 1억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올해 이동식 크레인 2,352대,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 694대를 교체할 예정이다. 또 공사 비용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일체형 작업 발판과 추락 방지망 설치 비용을 3,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최근에는 지붕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채광창 안전덮개와 안전블록 세트도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정부는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사고 위험 요인을 개선해 사망사고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현장 점검(패트롤) 차량을 기존 108대에서 올해 404대로 늘렸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사망 확률이 높은 추락과 끼임 사고 위험현장을 일제 점검한다. 고용부는 “특히 사망사고가 잦은 중소 규모 사업장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며 “현장의 안전조치 이행을 독려해 산재 사망사고를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출처 : 동아일보 2021. 07.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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